귤 까먹다 각성한 영애
머리로는 이미 세계를 정복했지만 몸이 쉽게 움직이지 않는 방구석 여포 타입
B · 생존확률 62%

당신의 이야기
당신은 ‘세상물정 모르는 무해하고 선한 영애’라는 완벽한 가면을 쓰고 사교계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언제나 순진한 미소를 짓고, 귀족들의 험담에도 고개만 갸웃하는 당신을 경계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덕분에 당신은 오히려 누구보다 편하게 사람들의 속내를 들을 수 있었고, 사교계의 비밀과 가문들의 약점을 하나씩 손에 넣었습니다.
당신의 계획은 간단했습니다.
‘굳이 위험하게 움직일 필요가 있나? 내가 안전한 곳에 앉아서 판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만 알면 되는데.’
안전한 방을 확보하고, 필요한 정보도 충분히 모으자 당신은 점점 밖으로 나가지 않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신중한 전략이었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단순한 게으름이 되어버렸죠.
머릿속으로는 이미 적의 움직임을 수십 수 앞까지 계산하고 완벽한 대응책까지 만들어 놓고도, 정작 실행할 때가 되면 침대에 누운 채 한숨을 쉬었습니다.
“뭐 이건 내일 해도 되겠지.”
그렇게 미뤄둔 일들이 쌓이는 동안, 당신을 가장 만만하게 여기던 백작 영애가 결국 일을 벌였습니다.
그녀는 당신의 ‘순진한 이미지’를 역으로 이용해 당신을 가짜 성녀로 몰아가기 시작했습니다. 귀족들에게 당신이 황실을 속이고 성녀의 권위를 사칭했다는 소문을 퍼뜨리고, 미리 매수해둔 증인과 조작된 서류까지 내놓았습니다.
물론 당신은 그 사실을 전부 알고 있었습니다.
심지어 누가 어떤 증언을 할지, 어떤 귀족이 그녀의 편에 설지, 마지막에는 어떤 반박을 해야 하는지까지 머릿속으로 완벽하게 정리해두었습니다.
문제는…… 아직 침대에 귤이 남아있고, 침대는 따듯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당신을 체포하기 위해 황실 기사단이 영지에 도착했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침대에 기대어 귤을 까먹던 당신은 창밖으로 보이는 기사단을 바라보다가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아 놔…… 오늘은 이불밖으로 나가야겠네.”
그리고 그 순간, 당신의 눈빛이 달라졌습니다.
“거기까지예요. 마침 귤도 다 먹었으니…… 지금부터는 제가 직접 정리하죠.”
당신은 귤껍질을 던져버리고 스스로 움직였습니다.
곧장 백작 영애의 저택으로 향한 당신은 그녀가 자신만만하게 준비한 증거들을 하나씩 뒤집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동안 일부러 공개하지 않았던 장부와 서신들을 테이블 위에 펼쳐놓았습니다.
그것들은 백작 영애가 귀족 신분을 이용해 벌인 횡령과 거래 조작, 그리고 당신을 모함하기 위해 증인을 매수한 기록까지 고스란히 담고 있었습니다.
“이건…… 어떻게…….”
당황한 백작 영애가 협상을 제안했지만, 당신은 처음으로 그녀의 말을 끊었습니다.
“협상은 필요 없어요.”
당신은 준비해둔 서류를 재판소로 바로 보내버렸습니다.
그날 저녁, 백작 영애의 비리는 사교계 전체에 퍼졌고, 그녀를 지지하던 귀족들마저 하나둘 등을 돌렸습니다. 결국 그녀는 모든 작위를 잃고 사교계에서 완전히 실각했습니다.
사건이 끝난 뒤, 당신은 다시 방으로 돌아와 침대에 누웠습니다. 그리고 이불 속에 숨겨뒀던 하나 남은 귤을 까먹으며 생각했습니다.
‘역시…… 직접 움직이는 건 귀찮아.’
조언
당신은 하찮게 느끼는 일에 힘을 쓰는 것을 낭비라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뭔가 중요한 일, 위험한 스릴이 보장되지 않으면 뇌를 돌릴 생각조차 없죠. 위기의 순간 몸을 일으켜 직접 나서는 당신의 결단력은 분명 강력한 무기입니다. 머릿속 계산을 실제 행동으로 옮기는 그 힘을 평소에도 조금씩 꺼내 써 보세요. 굳이 벼랑 끝까지 몰릴 때까지 기다릴 필요는 없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