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무리가 어설픈 악녀
직접 손대지 않고 원하는 결과를 얻지만 책임지지 않는 발뺌 전문가 타입
B · 생존확률 54%

당신의 이야기
당신은 속을 알 수 없는 미소를 머금은 얼굴 아래, 누구에게도 지고 싶어 하지 않는 성격을 숨긴 후작 영애로 태어났습니다.
손을 더럽히는 일을 무엇보다 싫어했던 당신은 겉으로는 누구에게도 나쁜 말을 하지 않았지만, 원하는 것이 있다면 직접 나서기보다 사람과 소문을 움직여 목적을 이루는 데에는 놀라운 재능이 있었습니다.
사교계에서는 당신을 온화하고 신중한 사람이라 생각했지만, 가까이에서 지켜본 이들은 알고 있었습니다. 당신이 내뱉는 말에는 언제나 한 겹의 여지가 있다는 것을.
그래서 당신은 일이 뜻대로 흘러가지 않을 때를 대비해 늘 애매모호한 표현을 골랐습니다. 나중에 누군가 찾아와 따지더라도 이렇게 말할 수 있도록 말이죠.
“저는 그렇게 말한 적이 없는데요.”
그러던 어느 날, 절친한 백작 영애가 당신을 찾아와 함께 티타임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녀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결혼을 약속한 정혼자가 있었지만, 어느 날 갑자기 그가 공작 영애에게 마음을 빼앗겼다며 분노와 상심을 털어놓았습니다.
당신은 잠시 생각하다가 지난 궁중 연회에서 보았던 공작 영애의 모습을 떠올렸습니다. 그녀가 당신의 인사를 무시한 채 어딘가 불안한 표정으로 주변을 살피던 모습이었습니다.
그리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 찻잔을 내려놓으며 말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들리는 소문으로는 공작 영애의 하녀 중 한 명이 뒷골목에서 자주 보인다더군요. 아무래도 뭔가 숨기는 일이 있는 모양이에요.”
그것은 단순한 추측이었습니다. 적어도 그 순간의 당신에게는 그랬습니다.
하지만 며칠 뒤, 사교계가 발칵 뒤집혔습니다. 공작 영애가 평민 청년과 몰래 정을 통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딸의 행동에 분노한 공작은 그녀를 외딴 수녀원으로 보내 버렸습니다. 조사 과정에서 당신이 무심코 언급했던 하녀의 이름까지 나오면서, 사건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습니다.
처음에는 당신도 스스로를 납득시켰습니다.
'딱히 거짓말을 한 건 아니야. 결국 드러날 일이 드러난 것뿐이잖아.'
하지만 공작 영애가 사교계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추고, 한때 그녀와 함께 웃고 떠들던 사람들마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그녀의 이름을 입에 올리지 않게 되자, 당신은 마음이 편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몇 주를 망설인 끝에, 당신은 결국 수녀원을 찾아갔습니다.
그러나 문 앞에 도착해서도 무슨 말을 해야 할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모든 책임을 자신에게 돌릴 만큼 악의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고, 아무런 잘못도 없었다고 하기에는 당신의 한마디가 사건의 시작이 되어 버렸으니까요.
결국 당신은 완전한 속죄도, 완전한 부인도 하지 못한 채 수녀원에서 돌아왔습니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나서도 그 날의 일을 떠올리며 괴로워하던 당신은 결국 마음의 짐을 덜고자 자진해서 수녀가 되었습니다.
적어도 신 앞에서 속죄하며 마음의 짐이라도 내려놓을 수 있었으니까요.
조언
당신은 어느 편에도 치우치지 않고 중립을 지키려는 타고난 협상가입니다. 서로 다른 의견을 충분히 존중하며 납득할 만 한 이유가 생길 때까지 결정을 미루는 타입이지요. 하지만 당신을 안전하게 지켜주는 그 미루는 습관이 때로는 인생을 더 힘들게 만들 수 있습니다. 어느 쪽이든 확실히 마음을 정하고 나면 오히려 후련해지는 걸 느끼실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