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도회장의 시한폭탄
느낀 대로 일단 지르고 뒷수습은 남에게 맡기는 직진형 수류탄 타입
C · 생존확률 46%

당신의 이야기
당신에게 사교계는 온통 가식과 거짓말뿐인 곳처럼 느껴졌습니다. 복잡한 계략이나 속내를 감추는 말장난은 체질에 맞지 않았습니다. 당신은 느낀 대로, 직감대로 곧장 부딪치는 사교계의 시한폭탄이었죠.
다행인지 불행인지, 고귀한 공작가의 영애로 태어난 당신은 남부럽지 않은 환경에서 자랐습니다. 덕분에 무도회 한복판에서 마음에 들지 않는 말을 들으면 상대의 뺨을 후려치고도 당당하게 말할 수 있었습니다.
문제는 그 뒤를 수습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특히 당신의 호위기사는 당신에게 덤벼드는 성난 귀족들을 막고, 당신 대신 사과하고, 벌어진 문제를 수습하느라 하루도 편할 날이 없었습니다.
“아가씨. 제발 조금만 참아보십시오.”
“ㅋㅋ싫은데?”
“……그럼 최소한 제가 있는 곳에서만 사고를 치십시오.”
잔소리를 듣거나 벌을 받아도 그때뿐이었습니다. 당신의 악명은 제국 전체에 퍼졌고, 어느 순간부터 당신에게 청혼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게 되었습니다.
“아니, 내가 뭐가 모자라서? 외모 최상급이야. 성격도 화끈해. 남자들은 보는 눈도 없나?”
당신에게 아부하는 친구들은 맞장구를 치며 오히려 당신을 부추겼습니다.
결국 당신은 자신을 험담하던 귀족 자제들의 사교 모임에 홀로 들이닥쳐, 그동안 뒤에서 떠들어댄 말들을 하나하나 따져 물었습니다.
당신의 거침없는 태도에 몇몇은 감탄했지만, 대부분은 당신을 더욱 멀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얼마 뒤, 호위기사가 사직서를 내밀었습니다.
“더는 아가씨의 뒤를 수습해 드릴 수 없습니다.”
당신은 처음으로 아무 말도 반박하지 못했습니다.
그가 떠난 뒤부터 이상하게 하루가 조용했습니다. 무도회에서 당신을 따라오던 발소리도, 사고를 치고 돌아오면 들려오던 한숨도, 말다툼 끝에 건네던 작은 잔소리도 모두 사라졌습니다.
그제야 당신은 깨달았습니다.
당신이 마음껏 세상에 부딪칠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이 강해서만이 아니었습니다. 언제나 당신의 뒤에 그가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결국 당신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직접 그를 찾아갔습니다.
“돌아와.”
“……싫습니다.”
“왜?”
“영애님은 제가 없어도 잘 지내실 수 있지 않습니까.”
처음으로 당신은 그 말에 화를 내지 않았습니다. 대신 그의 옷깃을 붙잡았습니다.
“아니. 안 돼.”
그가 놀란 눈으로 당신을 바라보자, 당신은 얼굴을 붉힌 채 입술을 꾹 깨물었습니다.
“니가 없으니까 하나도 재미없어. 예전처럼 내가 사고를 치면 잔소리해 주고, 내가 화내면 말려주고 해줘. 그러니까 그냥 돌아와.”
잠시 침묵하던 그가 낮게 웃었습니다.
“그게 명령입니까?”
“아니.”
당신은 이번에는 망설이지 않았습니다.
“부탁이야. 그리고…… 사랑해.”
호위기사는 한동안 아무 말이 없었습니다. 그러다 천천히 당신의 손을 감싸 쥐었습니다.
“그 말씀을 듣기까지 너무 오래 걸렸군요.”
당신은 그제야 알았습니다. 자신이 그렇게까지 솔직하게 마음을 드러낼 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 단 한 명뿐이었다는 것을.
사교계에서는 여전히 당신을 두고 말이 많았습니다. 신분이 다른 두 사람이 어떻게 결혼할 수 있느냐는 수군거림도 끊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언제나처럼 정면에서 들이받았습니다.
“너나 잘하세요.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한다는데, 왜 니들이 뭐라해?”
그리고 제국에서 가장 유명한 말괄량이 영애와 그녀의 충직한 호위기사의 결혼식은, 그해 사교계에서 가장 뜨거운 화제가 되었습니다.
당신은 여전히 마음에 들지 않는 말을 들으면 참지 못했고, 그는 여전히 당신의 뒤를 따라다니며 한숨을 쉬었습니다. 아마 그는 영원히 당신 곁을 떠나지 못할 것입니다.
조언
세상아 싸우자! 당신은 언제든 싸울 준비가 된 자신만만한 배짱으로 다른 사람들을 매료시키는 혁명가입니다. 아무리 무겁고 큰 문제도 피하지 않고 정면 돌파를 선택하는 당신의 신념은 상당히 멋지지만, 뒤를 생각하지 않는 폭주는 결국 곁에 있던 사람마저 지치게 만들 수 있지요. 때로는 한 발 물러서서 안전망을 만드는 지혜를 발휘해보는 건 어떨까요? 내가 친 사고를 수습해주는 주변 사람들의 존재를 당연하게 여기지 말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