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으로 살아남는 악녀
촉은 늘 맞지만 그 이유를 설명하지 못하는 반쪽짜리 예언가 타입
A · 생존확률 70%

당신의 이야기
당신은 제국에서 손꼽히는 명문 백작가의 사랑받는 막내딸이었지만, 사교계에서는 이상할 정도로 존재감이 없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을 귀찮아했습니다. 다른 영애들이 최신 드레스나 보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때, 당신은 그저 먼 곳을 바라보며 멍때릴 뿐이었습니다.
“아가씨. 오늘 무도회에는 반드시 참석하셔야 합니다.”
“싫어요.”
“싫다니요. 황태자 전하께서도 참석하십니다.”
“그래서요?”
“……어휴, 우리 아가씨는 어쩜 이렇게 남자에 관심이 없으신지.”
시녀장이 답답해서 가슴을 치건 말건 당신은 책에서 눈을 떼지 않았습니다.
당신이 사랑을 믿지 않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단지 현실의 남자들은 당신 마음에 차지 않았을 뿐이죠. 어릴 적부터 수많은 성 안의 남자들을 보고 들었지만 하나같이 애 같거나 개 같거나 둘 다 였습니다.
하지만 사랑하는 막내딸이 하루종일 서재에 틀어박혀서 있는 걸 백작이 좋아할 리 없었습니다.
백작은 그녀의 관심을 사교계로 돌리기 위해 중매쟁이를 집으로 불렀습니다. 하지만 중매쟁이의 얼굴을 유심히 보던 당신은 갑자기 고개를 갸웃했습니다.
“이 사람, 중매쟁이 아닌데요.”
“그건 또 무슨 소리냐?”
“관상이 그래요.”
당신은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했습니다.
“눈은 계속 주변을 살피고 있고, 입꼬리는 웃고 있는데 눈썹이 긴장해 있어요. 사람을 소개하러 온 사람의 얼굴이 아니라 뭔가를 훔치러 온 사람 같아요.”
결국 그의 몸에서 백작가의 기밀을 빼내기 위한 도구가 발견되었습니다.
당신의 판단은 놀라울 정도로 정확했습니다.
“저 사람은 올해 큰돈을 잃을 거예요.”
실제로 그 귀족은 몇 달 뒤 투자한 광산이 무너져 전 재산을 잃었습니다.
“저 사람은 곧 먼 곳으로 떠날 것 같아요.”
그 영애는 얼마 뒤 갑작스럽게 이웃 왕국으로 시집갔습니다.
처음에는 아무도 당신의 말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하나둘 예언이 맞아떨어지면서 소문이 퍼졌습니다.
“백작가의 막내 영애가 사람의 얼굴만 보고 운명을 맞힌다.”
사람들은 당신을 만나기 위해 백작가 앞에 줄을 서기 시작했습니다.
당신의 소문은 어느덧 왕궁에까지 퍼졌습니다. 왕은 당신을 따로 불러 한 사람의 초상화를 보여주었습니다.
“이 사람은 왕좌를 원하지만 왕이 되지는 못할 거예요.”
당신의 대답을 들은 왕의 표정이 굳었습니다. 그 남자는 당시 왕위 계승 서열이 낮은 왕족 - 왕의 넷째 동생이었습니다.
“이유는?”
“자신이 원하는 걸 얻는 데는 익숙한 얼굴인데, 예상하지 못한 실패를 견디는 얼굴은 아니에요. 왕좌를 얻기 직전에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배신당할 겁니다.”
당신은 무덤덤하게 대답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정말로 반란이 일어났고, 만약을 대비해서 그 동생에게 감시를 붙였던 왕은 위기를 피할 수 있었습니다. 거사가 수포로 돌아가자 왕의 동생은 달아났고, 얼마 후 가장 믿었던 측근에게 배신당했습니다.
그날부터 황실은 당신을 단순한 괴짜 영애가 아니라 신탁을 읽는 사람으로 대하기 시작했습니다. 왕실은 당신을 제국의 공식 신탁자로 임명했고, 당신은 왕궁의 가장 높은 신전에서 황제와 귀족들의 운명을 점치기 시작했습니다.
자신의 운명을 읽어 오래오래 살아남은 건 물론이고요.
조언
당신은 사람과 상황의 미묘한 변화를 빠르게 감지하고, 복잡한 상황에서도 본질을 직감적으로 파악하는 힘이 강한 편입니다. 특히 다른 사람이 놓치는 위험 신호를 먼저 알아채거나, 겉으로 드러난 말보다 실제 의도를 읽어내는 데 뛰어날 수 있습니다. 이런 직감은 충분히 의미있는 능력이지만, 직감이 항상 객관적인 사실과 같은 것은 아닙니다. 중요한 판단일수록 ‘왠지 그렇다’는 느낌에서 멈추지 말고, 무엇이 그렇게 느껴졌는지 꼭 한 번 확인해보세요.